소아외과 안정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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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바이처, 아니 공자, 맹자도 이겨 먹을 천사같은 성품의 소유자. 천주교가 모태신앙임에도 불구하고, 별명은 ‘부처’ 부모의 품보다, 병원 침대가 익숙한 아이들의 울음소리.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공허한 부모들의 애끓는 분노로, 소아외과의 눈물은 마음을 찢는다.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든 소아외과에서, 정원의 따스함은 위로이자 희망이다. 지칠 법도 한 20년차 의사지만, 한 번도 환자나 보호자, 하물며 동료 의료진에게도 화를 낸 적이 없다. 
물론, 그의 ‘부처설’은 의대 동기 5인방에겐 통하지 않는다. 화만 안 내면 뭐하나~ 똥고집과 예민함은 기본이요, 뒤끝은 작렬이니... 작은 실수에도 밤잠을 설치고, 한번 맘먹은 건 끝을 볼 때까지 밥 한술 뜨지 않는다. 정원은 대학 시절부터 또래와는 조금 다른, 특별함이 묻어났다. 당연히 사람들의 관심이 정원을 향했고, 알고 싶어 했고, 묻고 또 물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정원에겐 관심 하나 없었던, 유일한 4명만이 20년 지기 친구로 남았다. 
사진 찍기가 취미였던 정원이 카메라를 깊숙이 넣어 버린 건 사진 속 웃음만을 남기고 떠나버린, 아이들 때문이다. 아이들의 이름이 아직 가슴 아픈 걸 보면, 의사는 나의 길이 아니겠단 생각을 했다. 꽤 오래. 신부가 되고 싶었다. 형보다, 누나보다 먼저... 의사라는 꿈에 흔들렸던 거지, 신부의 꿈을 포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20대에 찾아온 사랑도, 30대에 맞이한 명예도, 신부의 꿈만큼 빛나는 건 없었다. 누군가는 돈 많은 재벌가, 금수저의 허세라 비웃겠지만, 정원은 ‘정원’답게 묵묵히 그 가시밭길을 향해 가려 한다.
이제... 시간이 얼마 없다.
그 시간의 추를 멈추게 한 건, 아이들이었다. 아픈 아이들의 곁을 떠나는 건, 정원이 포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나보다 다른 사람의 행복이 더 값졌던 정원.